상간자위자료청구, ‘부부 파경’이 먼저였나 ‘제3자의 개입’이 먼저였나
가정의 신성함과 혼인 관계의 본질을 뒤흔드는 부정행위는 과거 형사 처벌의 대상이었으나, 간통죄 폐지 이후 그 책임의 추궁은 철저히 민사상 손해배상 영역으로 이전되었다. 배우자의 부정을 목격한 당사자가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제 수단이자 분풀이의 통로는 이제 상간자위자료청구 소송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사법적 공론장으로 들어온 이 감정의 전쟁은 결코 억울함의 크기나 도덕적 비난의 수위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최근 법원의 판결 기조는 부정행위의 유무를 넘어, 그것이 혼인 관계 파탄에 미친 실질적 영향과 불법행위 성립 요건을 철저하게 계량화하여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기한 상간자위자료청구 소송의 핵심은 제3자가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는지 여부다. 판례에 따르면 부정행위의 개념이 간통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부부간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육체적 관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늦은 밤 지속적인 사적 연락을 주고받거나 연인 관계를 암시하는 언행이 있었다면 충분히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상간자가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알면서도' 관계를 유지했느냐는 고의성의 입증에 따라 부정행위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만남이었다 할지라도, 배우자가 미혼 혹은 이혼 상태로 속여 상간자가 이를 과실 없이 믿었다면 법적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측은 메시지 대화록, 블랙박스 영상, 카드 결제 내역 등 객관적인 물적 증거를 통해 상간자의 인식을 역추적해내야 한다.
반대로 피고소인, 즉 상간자 입장의 방어 전략에서는 해당 만남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원고의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혼인 파탄의 선행성'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미 완전히 파탄 나 껍데기만 남은 혼인 관계라면 제3자가 개입하더라도 침해할 부부 공동생활의 본질이 없다고 보아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기조를 보인다. 결국 상간자위자료청구의 실질은 감정의 폭로가 아닌, 인과관계의 선후를 둘러싼 정밀한 증거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상간자 소송은 이성을 잃은 당사자가 불법 흥신소를 동원하거나 상대방의 직장에 찾아가 폭로하는 등 사적 제재를 가하다가 역으로 형사 처벌을 당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치의 위자료를 확보하거나 과도한 청구액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사법적 잣대로 증거를 배치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는 "법원은 원고의 감정보다는 상간자의 불법행위가 혼인 파탄에 기여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보고 위자료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는 감정적 돌출 행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디지털 증거의 적법 수집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사건 초기부터 부정행위의 지속 기간, 혼인 파탄에 미친 영향력, 상간자의 고의성을 재판부의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증명해내야만 형사적 리스크를 피하고 충분한 법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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