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부당파기 위자료 청구, 재판부의 시선에서 바라본 '결혼의 실체'와 입증의 기술
이혼 소송이나 재산분할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관계를 정리하려는 이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 있다. "법적으로 부부도 아닌데, 그냥 짐 싸서 나오면 끝 아닌가요?"라는 안일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가사소송법과 판례는 혼인신고가 없었더라도, 실질적인 부부 생활을 유지해 왔다면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변심이나 부당한 행위로 사실혼 관계가 깨졌을 때 발생한다. 상대방의 무책임한 태도로 삶이 무너졌음에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는 사실혼 파기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이에 따른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사실혼부당파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하는 점은 바로 단순 동거가 아닌 사실혼 관계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피고 측은 처벌이나 위자료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개 "결혼을 전제로 잠시 같이 살았을 뿐, 부부는 아니었다"라며 관계를 격하하려 들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사실혼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이고, 둘째는 객관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실체'가 존재했는지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서로의 가족 대소사에 며느리나 사위로서 참석하여 찍은 사진, 명절에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송금하거나 안부 전화를 나눈 내역, 서로를 '여보', '당신' 혹은 아내나 남편으로 칭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기록 등이 결정적이다. 경제적 공동체였음을 증명하는 생활비 통장 내역이나 주거지 임대차 계약서에 공동 명의나 보증인으로 등재된 정황 등도 단순 동거와 사실혼을 가르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된다.
사실혼 관계가 증명되었다면, 다음은 관계가 깨진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부당파기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민법 제840조가 규정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부당한 대우 등 재판상 이혼 사유가 사실혼 파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사실혼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거나(부정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여 연락을 끊었거나(악의의 유기),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파기 사유가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성격 차이로 자주 싸웠다'는 정도로는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두 사람의 갈등 속에서 '누가 더 관계 회복 노력을 외면하고 파탄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는가'를 냉정하게 따진다. 따라서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에 이르렀음을 증명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 통화 녹음, 메신저 대화 캡처, 진단서 등의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송개동 대표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사실혼이 깨질 때도 법률혼 이혼과 동일하게 재산분할 청구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사실혼부당파기로 인해 소송을 진행할 때에는 위자료 청구부터 재산분할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다각도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판사의 눈높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정황과 데이터를 촘촘히 엮어내지 못한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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